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GRE 후기 본문
처음엔 GRE와 토플을 병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패기에 리스펙이다... 어쨌든 끝내긴 했지만 하.. 말을 말자 두 번할 건 못 되는 듯
이제껏 영어를 못한다고 느꼈던 적도 많이 없었고, 나름 영어 토론수업 A+ 여러 번, 교환학생들과 친구도 여럿 먹었고, 논문도 읽고 원서도 읽으며 독해도 조금이나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. 이 자신감은 1. 토플에서 한 번 작살나고 2. GRE에서 작살난 잔해에 영혼까지 털렸다. 지금이야 목표 점수를 달성해서 웃으면서 글을 쓰고 있지만 그 땐 정말 간절하게 했던 것 같다.
GRE를 시작할 때의 나는 어렸을 때 전화 영어 좀 한 거 외에 영어 학원을 따로 다녀본 적은 없는 상태였다. 평범한 영어 실력의, 간단한 회화 구사할 수 있고, 논문 좀 보고, 적당히 전공 과목 좀 들은 배운 평범한 한국인 정도의 실력. 기본반에서 기본 문법부터 머릿속에 넣었던 것 같다.
학원은 해커스로 다녔고, 기본종합 1달(Verbal 형성이쌤+Quant 민혜원쌤+Writing 이정현쌤), 실전반 1달(V 송종옥쌤+W 이정현쌤) 총 2달 다녔다.
학원 다니는 첫 한 달동안 하루 스케줄
1. 6시 기상, 학원 가면서 거만어 암기
2. 학원 아침 9시에 시작하여 논스탑으로 퀀트 버벌 라이팅을 한 뒤에 3시쯤 끝
3. 도시락을 입에 넣으면서 단어 암기
4. 스터디 (단어시험/문제 풀이)
5. 돌아가는 길에 내일 치 거만어 암기
6. 독서실 도착. 엄청나게 많은 퀀트 숙제를 후딱 끝낸다
7. 엄청나게 많은 버벌 숙제를 끝낸다.
8. 시간이 남으면 라이팅 작성하고, 부족하면 복습만 했다.
이대로 한 달을 했더니 점점 영혼이 빠져나갔다.. 물론 한 과목 당 숙제 분량이 하루에 다 하기는 어려워서 퀀트는 수업 들으면서 문제 푸는 시간 몇 분씩 주는데 그때 최대한 풀어보는 식으로만 했다. 수능 때 보고 반쯤 잊은 것들 끄집어 내는 용도 정도로 생각했다.
1. verbal
이게 진짜 웃긴 게 학원 첫날 모의고사를 봤는데 단 4개 맞았다.
근데 문제를 풀기는 커녕 단어가 뭔지도 몰라서 풀 수 있는 문제 자체가 없었다
2n년 영어공부가 여기서 한 번 완전히 부정당한 듯한 기분이었다
GRE 특징은 보기도 9개 중 3개 선택, 6개 중 2개 선택 막 이래 가지고 찍지도 못한다
읽히지도 않는데 무슨 문제를 푸냐... 읽히는 건 풀고 처음엔 숙제 분량의 단어를 하나하나 사전 찾으면서 했다.
몰라도 그냥 꾸역꾸역 거만어 보카 3천개 외우다 보면 점점 문장이 읽히고 모르는 단어가 사라지는 기적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.
내 기준 버벌은 이런 과정을 거쳤다.
1. 문장에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읽히지도 않음. 보기 단어가 한 6개 정도 나오는데 전부 초면임 ㅡㅡ.. (초반)
2. 문장에 모르는 단어가 없거나 한 두개, 보기 단어 절반은 안다. (초중반)
3. 문장에 모르는 단어가 없는데 해석이 안 됨. 보기 단어는 알겠는데 동의어 페어가 아리까리함 (중반)
4. 확신을 하면서 정답을 골랐으나 틀림 (중후반)
5. 이제 좀 맞는 문제들이 나옴. 패턴이 좀 보임. 구면인 문제가 가끔 보임. (후반, 시험 직전)
나는 스터디를 신청해서 거만어를 강제로 외우는 환경을 만들었다.
거만어는 총 4회독했다.
병행하느라 시간 자체가 부족한 탓에 기본반에서 어원 풀이 들으면서 최대한 동시에 외웠다.
형성이 쌤의 문장 분석은 아주 도움이 되었다. A는 B다. 이런 식으로 설명해 주시는데 머릿속에 잘 들어왔다.
송종옥 쌤의 문제 풀이 스타일은 개인적으로 별로 맞지 않아서, 듣고 나에게 필요한 부분 위주로 적당히만 참고했다.
송 쌤은 공식을 많이 알려주시는데 난 들어도 당최 잘 모르겠다.. 머릿속에 이것저것 많이 생각하면 더 꼬여가지고
근데 듣고 보니 내가 생각하는 흐름과 비슷한 듯해서 내 방식대로 했다.
그래도 long 지문 접근 방식 같은 건 도움이 많이 되었다. 늘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대로 했더니 실제 시험에서도 시간이 3~4분 남아서 마크해 놓은 지문 리뷰도 했다.
무엇보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었다. 다 풀지도 못했다.
기본반 버벌책 전체+실전반 부록책/최신기출은 다 풀었고 SETC책과 RC책 짝수달은 2/3 정도 풀고 풀었던 문제들 전체 복습 후 시험 치러 갔다.
버벌은 그냥 거만어 외울수록 올랐다. 진짜 잘 만든 단어집이다..
모든 단어 및 동의어 유의어를 머릿속에 때려 넣으면 문제가 풀리는 마법 같은 책이다.
거만어 3 회독차 되니까 처음엔 아무것도 안 읽혔는데 모르는 단어가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 들 때 기뻤다.
2. Quant
생소한 영단어만 해결하면 그냥 수학익힘책 같다
난 늘 대소비교 문제에서 너무 깊은 고민을 하느라 시간이 부족했는데, 실제 시험에서는 부족하지 않았다
GRE대소비교 문제는 1.A가 크다 2.B가 크다 3.같다 4.답을 구할 수 없다 이렇게 나온다.
답을 구할 수 없다가 함정일지 진짜일지 맨날 고민하곤 했다 ㅋㅋ
3. Writing
힐링파트
일단 재밌었다.
아규는 회사 상사나 직원, 시장 등이 우리 이렇게 할 거다 주장과 근거를 대는 글이 나오고, 그걸 반박한다.
글의 허점을 잡아내는 과정이 저자랑 공방 같아서 재밌었다
이슈는 찬성/반박될 만한 문장 하나 주고(예: 정부는 당장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 분야를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), 정반반 전개하면 된다.
대학에서 에세이 쓰듯이 전개하면 되어 말 많은 나는 이것도 재미있었다 ㅋㅋ
GRE는 문법 실수에 토플보다 관대한 편이라 이쁜 문장 쓸 생각은 버리고 그냥 주제 보자마자 하고 싶은 말을 쭉쭉 쓰고 나왔다.
학원에서는 최소한의 글자수로 최대 점수를 뽑는 방법을 알려준다.
이정현 쌤 수업 방식이 계속 질문->답이라 마지막 시간임에도 집중력이 끝까지 유지되어 좋았다. (물론 대답을 기다리는 질문은 아니고 대답을 하든 말든 수업은 간다)
시험 때에도 이정현 쌤의 특이한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리는 듯했다. (자~ 저자느은~ might~ not~ be true~~)
이정현쌤 수업 스타일이 나랑 잘 맞아서 너무 좋았고, 개인적으로도 정감이 가는 분이었다. ㅎㅎ
참고로 GRE라이팅 윤반석 쌤도 계신데 난 토플 라이팅을 반석쌤한테 들었는데 브레인스토밍 전략은 반석쌤한테 배운 걸 그대로 써먹었다.
마지막엔 글의 구조는 정현쌤, 글을 작성하는 것은 반석 쌤 스타일로 완성시켰다.
반석 쌤은 보카풀이 넓어서 다양한 표현이 있었고, 한국인이 사고하는 방식대로 모범 답안을 주셔서 읽기 편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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GRE 학원을 다니면 문제를 겁나 주고 이중에 하나는 시험에 나오겠지 수준으로 문제 풀이를 시킨다.
실전반에서는 다음날 숙제가 거의 30페이지 한 뭉텅이가 나오기도 했다.
진짜로 기출을 푼다는 느낌이 아니라, 풀다 보면 패턴이 보인다는 게 맞는 듯하다.
문제 자체가 재밌는 글을 읽는 것 같아서 난 개인적으로 재밌었다.
거만어 외울 때는 고통스러웠고 독해는 드럽게 안 되고 글이 안 읽히고 읽는 게 느리고 맨날 함정에 다 빠졌는데
할수록 점점 한국어처럼 읽히고.. 모르는 단어가 없어지면서
영어로 영화나 다른 것을 할 때 거만어에서 외우며 이걸 어따쓰냐 했던 단어가 나올 때 그렇게 기분이 좋드라 ㅎㅎㅎ
사실 해커스에 짱박혀서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많이 쓰면서 반쯤 문제풀이봇이었는데 원래 끝나면 힘든 기억은 사라지고 좋은 것만 남아서 미화되는 거 아닌지
아 해커스1층에 있는 라면집에서 맨날 라면 먹고 난 라면을 그닥 선호하지 않아서 제육볶음 안 맵게 주문했는데 나중엔 사장님이 내 얼굴만 보고 제육을 내어 주셨다.
여기 라면국물 맛있다.. 강남땅에서 4500원 라면은 귀하다.
시험 때를 생각하면 일단 GRE엔 토플에서 가장 막막했던 스피킹이 없어서 좋았다.
스피킹은 그 자체로 대체 왜 점수가 안 오르나 하는 의문의 과목이기도 하고 시험장을 시끌벅석하게 만드는 주범이었다. GRE는 그런 거 없이 시험장이 고요해서 너무 좋았다
GRE나 토플이나, 결국 시험이라 오래 잡을수록 정신력이 빨린다
단타로 끝내고 상대적으로 더 나은 SOP나 PS로 넘어가는 것이 암튼 이롭다
아무튼 길고 길었던 GRE 끝!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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